산업사회가 배출해낸 온갖 폐기물들로 넘쳐나는 쓰레기장에 부르주아로 낙인찍힌 일단의 정치범들이 정신 개조를 위한 노역에 종사하고 있다. 거기에는 철학교수와 색소폰 연주자, 그리고 요리사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 젊은 요리사 청년은 같은 곳에서 일하는 한 여죄수와 사랑에 빠진다. 공산주의 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강도 높은 비난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1968년 ‘프라하의 봄’시절에 만들어졌다가 곧 상영 금지에 묶이는 비운을 겪게 된다. 1990년이 되어서야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어 그해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멘젤의 영화답게 풍자적이면서도 따뜻한 휴머니즘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데, 특히 소박한 아름다움이 쓰라린 현실 비판과 어우러져 어느 순간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경이의 순간들을 영화 곳곳에 촘촘히 품고 있다. 영화 마지막 지하 갱도로 한없이 내려가는 주인공이 올려다본 하늘은 점점 더 희미하고 멀어져만 가지만, 그것이 희망의 가치와 강렬함마저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희극과 비극의 감동적인 조합 면에서나, 서사의 풍요로운 흐름면에서나, 전작들을 훌쩍 뛰어넘는 이리 멘젤의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