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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주국제영화제는 “우리에게 비전을 주는, 미래 영화의 예고편”이 되리라는 확신으로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디지털’이라는 모토와 ‘단편’이라는 형식을 추구하여 세 편의 단편영화를 묶어 한 편의 장편영화를 구성하는 ‘옴니버스’ 제작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출범 당시부터 디지털 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한 전주국제영화제는 디지털 기술을 도구 삼아 영화 미학의 지평을 넓히려 한 전 세계 감독들과 연대해 왔다. 그 결과 ‘디지털 삼인삼색’ 작품들은 베니스, 로카르노, 토론토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눈부신 성과를 남겼다. 2006년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는 그간의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를 한자리에 모아 '디지털 아시아'라는 특별전을 개최하였고, 2007년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메모리즈> (페드로 코스타, 하룬 파로키, 유진 그린)는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국제경쟁'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다. 2008년 프로젝트 중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유산> 은 두바이국제영화제 아시아-아프리카 '단편경쟁'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며 ‘디지털 삼인삼색’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2011년에는 장-마리 스트라우브, 클레어 드니, 호세 루이스 게린 등 유럽 거장 감독 3인이 참여함으로써 명실공히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프로젝트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다.
2014년 ‘디지털 삼인삼색’은 단편 제작에서 장편 제작으로 형태를 전환하였다. 프로젝트의 장기적 방향설정을 위해 명칭 또한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개칭한다. ‘디지털’의 의미가 퇴색한 시대에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가 함축하는 ‘혁신’의 방향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자 ‘전주’라는 영화제의 색깔과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의 전환은 영화제의 기능과 미학, 산업의 역학 안에서 프로젝트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분기점으로 기록된다.
디지털 삼인삼색 2013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아프리카를 지나 아메리카까지. 다양한 대륙을 넘나들며 세계적인 명성을 확보한 감독들과 함께 발자취를 남겨온 ´디지털 삼인삼색´은 2013년 아시아에 집중했다.
2009, 2012년에 이어 아시아 감독들과 조우한 <디지털 삼인삼색 2013 : 이방인>은 ´이방인´이란 공통 주제를 매개로 아시아의 대표 감독들이 참여했다. 일본 영화계의 대표적인 독립영화 감독 고바야시 마사히로, 매 작품 깊은 존재론적인 성찰을 던져 온 시네아스트 장률,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대표하는 인도네시아 감독 에드윈이 그 주인공들이다.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은 1996년 장편 <폐점시간>으로 데뷔한 이래 활발하게 활동한 일본 감독으로,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였다. 그의 작품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은 감독의 2007년 작품인 <사랑의 예감>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감독은 언어적 소통을 전혀 하지 않는 괴이한 부부의 모습을 통해, 친밀한 관계의 대표격인 부부 관계 속에 숨은 이방인을 그려낸다. 또한 그들 사이에 내재하는 타인을 묘사하기 위해 무성영화 양식을 도입하는 독특함을 보여준다.
장률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장편 데뷔작인 <당시>를 소개했고, 2009년에는 ´한국장편경쟁´ 심사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망종>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선보이며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시네아스트로 자리매김한 장률 감독은, 자신의 첫 다큐멘터리인 <풍경>을 통해 서울에 사는 이방 풍경을 다룬다. 그는 사람과 도시를 바라보며 “누군들 이방인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2008년,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편을 소개하며 인연을 맺은 에드윈은 두 번째 장편 <동물원에서 온 엽서>가 2012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상영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유망주로 떠올랐다. 에드윈 감독은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아내>에서 전설을 쫓아 머나먼 사와이 섬을 찾은 이방인 마리아나가 전설 속의 주인공과 같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이방인, 수캅을 만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인도네시아의 풍경 속에 담아낸다.
<디지털 삼인삼색 2013 : 이방인>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다양한 말하기 방식을 통해 ´이방인´의 얼굴을 응시하며, 우리 시대의 감성을 카메라 속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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