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저예산 장편영화 제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투자자로 영화 제작에 관여하는 프로그램이다. 2024년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스 섹션에서 2년 연속 수상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2023년 〈삼사라〉(2023)가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고, 2024년에는 〈다이렉트 액션〉이 작품상 수상과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특별언급까지 받았다. 이러한 결과는 표면적인 수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걸어온 방향성이 옳다는 증명이자, 이 프로젝트가 세계 주요 영화제와 영화인들에게 전주국제영화제를 주목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영화들이 당해 최고의 영화들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번에 공개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다이렉트 액션〉, 〈럭키, 아파트〉, 〈구름이 그림자를 숨길 때〉, 〈제자리에 있는 건 없다〉는 1편의 다큐멘터리와 3편의 극영화로 현재 사회 이슈,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야기, 역사적 사건까지 매우 다른 주제와 접근방식을 지니고 있다.
벤 러셀과 기욤 카이로 공동 연출의 〈다이렉트 액션〉은 국제공항 확장 반대 시위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는 프랑스의 급진적 활동가 공동체를 섬세하게 관찰하는 다큐멘터리로 활동가들의 일상과 더불어 이들의 시위 현장과 경찰의 진압에 맞서 대항하는 순간까지 기록했다.
〈럭키, 아파트〉는 다년간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활동한 강유가람 감독의 첫 극영화 연출작이다. 서스펜스가 가미된 사회극으로 한 젊은 여성 커플에게 생긴 일상의 사건이 그들의 삶 전체를 흔드는 변화로 전개되는 과정을 묘사했다. 영화는 커플이 사는 아파트에서 발생한 이웃의 죽음으로 건물 공동체에 균열이 생기고, 이로 인해 이들이 직면하는 차별과 비참함, 사회적 압박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감독은 주인공들이 세상에 대항할 유일한 무기라 할 수 있는 사랑과 연대라는 아름다움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칠레 감독 호세 루이스 토레스 레이바가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2019) 이후 5년 만에 전주에서 신작을 공개한다. 〈구름이 그림자를 숨길 때〉는 한 배우가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도시보다도 더 아래 위치한, 칠레 남단 푸에르토윌리암스에 도착해 촬영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날씨 문제로 촬영팀의 도착이 지연되자 주인공 마리아는 그들을 기다리는 동안 현지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낸다. 광대한 자연 앞에서 작은 것에 헌신하는 식물연구자,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되살리는 어린 음악가, 그리고 부재가 된 존재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이 육체적 고통으로 나타나는 것을 완화하는 영적인 존재까지. 이 영화는 상처를 견디는 내밀한 시간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다.
튀르키예 감독 부라크 체빅의 신작은 〈제자리에 있는 건 없다〉라는 제목으로 1978년 10월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정치적 폭력 사건을 다룬다. 정치를 통한 혁명을 믿는 좌파 청년 6명이 한 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무장한 젊은 민족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고 살해당한 실제 있었던 일을 영화화했다. 감독은 영화적 기법을 사용해 하룻밤에 일어난 충격적 사건을 내용과 그 형식 모두에서 나타내고자 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서 소개하는 4편의 영화는 완성도면에서 우리의 자부심을 높일 뿐만 아니라 영화제 프로그램이 항상 추구하는 정신, 즉 세상과 인간의 문제를 직면하기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혁신적인 영화 언어와 제작방식을 발견하는 성취를 이루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연이은 기쁜 소식에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다른 세 편의 영화와 같이 새로운 영화 발굴에 앞으로도 더욱 힘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