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리버스는 영미권 실험영화계에선 이미 유명한 인물로, 2008년부터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그의 단편들이 꾸준히 소개된바있다. 2011년JIFF‘ 워크인프로그레스’의지원으로완성된<바다에서2년>은그의 첫장편 데뷔작으로 세계영화인들의 주목을 한껏 받고 있다. 이 작품은 그가 2006년 내놓았던 14분짜리 단편 <이곳은 나의 땅>의 연속선상에서 만들어졌다. 스코틀랜드의 거친 숲 속에서 살고 있는 제이크 윌리엄스의 생활을 좇았던 이 작품은 역시 16mm 흑백의 화면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심오해졌다. 아웃사이더로서 제이크의 삶은 한 줄의 대사도 없지만 상당히 극적이다. 그의 창조적인 손끝에서 버려진 문명의 파편들은 소박한 생활의 도구들로 바뀐다. 카메라의 존재는 그에게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 소통이 배제되었기에, 그의 삶과 공간만이 고스란히 영화 전체를 아우른다. 일하다가 또는 숲을 걷다 그곳이 어디이건 잠을 자고, 페트병과 에어 매트리스를 이용한 뗏목을 만들어 고즈넉한 낚시를 즐기는 그의 모습은 도시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을 던져 준다. 안과 밖의 개념이 사라지고 계절 역시 의미가 없다. 심지어 잠자는 사이 떠오른 트레일러조차 놀랍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이다. 영화는 그의 삶의 동기를 묻거나 생존의 절박함에 집중하는식의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다만 자연과 인위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재만을 조용하고 치밀하게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