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터키 군정 시절의 70년대 작은 마을에 사는 3세대의 가족생활을 아이들의 시점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극적 구조는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4막으로 나눠진다. 1막은 눈이 내리는 겨울이며 카메라는 마을의 초등학교 교실을 무대로 애국심, 효도, 형제애를 실천하여 하나로 뭉치는 터키국민이 되라는, 교과서의 구절을 읽는 꼬마들의 따분한 학교생활에 초점을 맞춘다. 2막은 화창한 봄날에 아시에와 남동생은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숲을 지나면서 겨울에 죽었다 다시 솟아나는 자연의 신비스러운 법칙을 깨닫는 장면이다. 3막은 여름철이다. 자매의 가족은 모닥불에 옥수수를 구어 먹으며 밤늦도록 복잡한 국제문제와 젊은 세대의 실업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한다. 4막의 가을 밤, 남동생은 숲에서 죽는 거북이의 발버둥 치는 모습을 꿈에서 보고 아시에는 웃옷을 벗은 젊은 사촌오빠 사페트를 냇가에서 만나는 첫사랑(?)의 꿈을 꾼다. 세일란의 데뷔작 <작은 마을>은 감독의 여동생이 쓴 일기 “옥수수 밭”을 각색한 것으로 감독의 부모와 친척들이 영화의 어른들 역을 연기하고 친구가 조명을 맡는 등 전적으로 집안에서 만들어 낸 저예산의 작품이다. <작은 마을>은 농경마을 특유의 전원적인 아름다움과 경제적 미개발로 인한 후진성이 공존하는 지대를 뜻하며 가족과 고향에 대한 감독의 따뜻한 마음은 그의 뛰어난 연출의 간결미를 통해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