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는 비오는 날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친다. 같은 버스에 올라탄 두 사람은 서로를 주의 깊게 바라보며 설레는 마음을 키워간다. 영화는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짧은 시간동안 서로에게 느끼는 호감을 두 사람의 시점을 통해 서술한다. 동일한 사건은 주인공들의 시점에 따라 두 번씩 재현되는데 각 시점 안에서 서사 구조의 짝을 맞춤으로써 서로를 향한 두 주인공의 마음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이와 같은 다중 시점에 의한 동일 사건의 재구성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에서처럼 “진실은 무엇일까?”에 대한 가장 긴박하고 절실한 대답을 요함과 동시에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서로의 속내를 알지 못해 마음을 졸여야 하지만 양자를 모두 보고 있는 관객은 전지적 위치에서 두 남녀 주인공의 운명을 점쳐볼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영화의 결론은 관객의 참여 속에 적극적으로 도출된다. 여기에 두 남녀 모두와 결부되어 있는 한 여자의 시점 개입은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두 남녀의 시점 이동에 변화를 주고 ‘운명적 사랑’이라는 영화의 화두와 더불어 인간 사회의 얽히고설키는 관계망에 대해서도 생각할 여지를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