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역사를 교과서로만 이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좀 자라 어른이 되고 나서는 우리 민초들의 주변 삶 속에서 쉽게 그 살아있는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그 이후 역사는 새롭게 인식되었던 것 같다. 는 작가의 할머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옛날이야기로 개인사적 역사인식의 예술적 접근을 시도한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와 20대에 폐병으로 할아버지와 사별, 자녀 다섯을 홀로 키우시다 6.25 때 큰 아들을 잃고 피난과 정착, 자녀교육 등 모든 것을 겪고 이겨낸 할머니는 초등학교만을 나오신 평범한 조선의 여성이었다. 그런 할머니에 대한 손녀의 재인식은 여성성의 동질적 자각으로 성숙된 동기부여를 통해 할머니의 체험담을 시적인 영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리오네트 인형극처럼 무대 위에 펼쳐지는 3차원 흑백영상 속에 봇짐을 들고 어디론가 가는 할머니의 처녀 시절 모습과 물가에 다다라 물고기 떼를 만나고 큰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며 봇짐을 빼앗기지 않으려다 손을 잘리는 할머니… 손톱을 변기에 버리던 할머니의 이야기는 그렇게 모진 풍파와 고통을 이겨내야만 했던 우리 산역사의 증인으로, 우리 이야기의 주인공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