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뉴스리포터였던 크리스틴 추벅은 방송 중에 자살을 한 인물이다. 여배우 케이트는 크리스틴을 연기해 보기로 결심하고, 그녀의 자취를 좇기 시작한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각본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실제 사건을 연기하는 케이트라는 인물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의 기본적인 요소는 배우의 연기 혹은 캐릭터에 대한 탐구이다. 케이트가 크리스틴이 죽었던 장소를 찾아가면서 카메라는 집요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을 담아낸다. 점점 더 크리스틴에게 동화되어 가는 케이트의 모습은 다큐와 극, 현실과 허구의 간극들을 무너뜨린다. 또한 이야기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영화에 대한 영화로서의 본성을 추구한다. 장르적으로는 멜로 영화의 과잉된 설정을 빌려와서 감정의 자극과 함께 전개되는 상황을 성찰적인 거리두기로 바라보도록 하여준다. 시작은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 다양한 상상력의 변주를 통해 로버트 그린이라는 감독의 뛰어난 재능과 성찰적 영화의 지적 창조력이 무엇인지를 증명해 보인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