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벨 유라첵 감독의 <젊은 사형수의 경우>는 엄밀히 말하자면 카프카의 원작을 근간으로 하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다. 조나단 스위프트와 카프카의 세계 사이에는 시차가 존재하지만, 이 작품은 종종 카프카적인 영화로 언급되기도 한다. 그것은 아마 현실과의 관계를 통해 언급될 수 있는 예술의 태도와 관계할 것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걸리버가 이상한 나라들을 여행하고, 마케타라는 여인과 사랑을 나누는 상황들은 금지된 것들 속에서도 분출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산속에 모인 사람들이 물을 쏟아 부으며 퍼포먼스를 벌이는 장면들은 쏟아지는 욕망의 분출을 대변한다. 파벨 유라첵은 억압과 금지, 분출과 혁명의 이미지들을 통해 카프카와 스위프트를 호출해 낸다.
그것은 이 영화가 만들어진 해가 1969년임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개연성이다. 프랑스 68혁명이 전 유럽을 뒤흔든 후, 프라하에서도 그 유명한 ‘프라하의 봄’이라는 민주자유화 운동이 전개되었다. 소련군의 침입으로 제지 당하기는 했지만, <젊은 사형수의 경우>는 유명한 문학작품의 상상력을 밑천 삼아 프라하의 억압적인 현실을 드러낸다. 영화 곳곳에는 자유를 향한 외침과 욕망이 느껴진다. 그것은 카프카를 시대의식과 만나게 하는 영화의 비전이자, 이 영화가 카프카적 영화일 수 있는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