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베닝거는 오래 전부터 퍼포먼스 아티스트와 프리랜서 안무가로 활동했다. 영화라는 매체에 앞서 춤과 관련된 모든 것-예를 들면 인체의 세심한 동작들을 익히거나 이를 기록하는 것에 능했으며, 그의 첫 번째 단편인 <트레스패스>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트레스패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기법을 활용한 실험영화로, 세계 각국에서 찍은 파울 베닝거 자신의 사진을 활용해 만든 ‘한 남자의 일대기’, ‘파울 베닝거의 일대기’다. <트레스패스>의 남자는 마치 알을 깨고 나오듯 자신이 누워있던 방을 벗어나 세상과 조우한다. 앤디 워홀을 닮은 파울 베닝거의 포커페이스 연기를 보는 것 또한 소소한 재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