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을 생활철학으로 삼는 엄마와 동거하는 열한 살 소년 정호. 푸르고 창창할 것만 같은 정호의 웰빙 라이프에 한 가닥 위기가 찾아온다. 같은 반 여자 친구 혜미는 혐오음식(떡볶이 같은 간식)을 들이밀면서 마마보이라 소년을 핀잔하고, 용기를 내어 난생 처음 시식한 초콜릿은 상상했던 것보다 몇 곱절은 달콤하다. 몸에 밴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싹트기 시작한 의심. 의심은 자란다. 소년도 자란다. 현대인의 화두, 아니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제 일의 소망은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다. 당신의 웰빙 라이프는 안녕하신가? <잘 먹고 잘 사는 법>은 이와 같은 웰빙의 의미를 묻는 우화이다. 강요된 신념으로 곤경에 빠진 소년, 오랫동안 길들여진 관습과 엄마에 대한 의리, 급우나 여자 친구와의 관계, 새롭게 싹트기 시작한 욕망은 소년의 행복을 보장해줄 것인가. 식생활을 소재로 했지만 <잘 먹고 잘 사는 법>은 현대적 삶의 방식이라는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이다.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사춘기 초입의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타인에 의해 주입된 행복의 조건으로부터 탈피하여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가는 소년의 성장 스토리이다. 작용과 반작용, 회귀의 궤적을 그리는 정호의 웰빙 라이프는 고뇌와 방황을 경유하여 더 단단해진다. 달콤쌉싸름한 십대 소년의 작은 일탈기를 여운이 남는 성장담으로 엮어내는 연출에서 기지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