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한창 세계의 정복자임을 자임할 때, 빈센트 미넬리는 할리우드 영화의 기제를 전유하여 순전히 개인적인 취지로 이를 활용하였다. 미넬리의 멜로드라마에 자리한 과잉과 해방의 미장센은 가장 화려하고도 외견상 관습적으로 보이는 틀, 즉 컬러 시네마스코프 화면과 자유로운 러닝 타임, 유명 스타들이 총출연하는 초특급 스튜디오 시스템 안에서 펼쳐진다. 미넬리는 이 틀을 뒤엎고, 기존 제도의 (<낯선 곳에서의 2주>의 경우에는 상업 영화 제작이라는 제도) 주위를 공전하는 플롯을 솜씨있게 다룸으로써, 이러한 제도의 붕괴가 어떻게 사회적, 심리적 혼란을 초래하게 되는지 추적한다. 그의 영화에서 색채는 사회적 단층선의 표현이며, 폭력과 운명에 대한 번득이는 경고가 된다. 또한 미넬리는 시네마스코프 화면을 통해 자신이 탐구하는 세계의 연극성을 강조한다. 즉 인물들의 낭만적 열망에 걸맞은 시각적 전망을 제공하면서 그들의 추악함과 진부함을 더욱 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비록 MGM의 무지한 재편집에 의해 사지가 절단된 상태이지만 <낯선 곳에서의 2주>는 여전히 대단한 걸작이자, 한 개인의 붕괴와 회복이 영화 문화가 파괴되는 상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익스트림한 영화다. (<거미집>이나 <달려오는 사람들> 같은) 멜로드라마뿐 아니라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 <밴드 웨건> <브리가둔> 등의)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미넬리 영화의 두드러진 특징인 조울증적 진폭이 이 영화의 전체 형식을 휘어잡고 있다. 위기의 상태에서 깨달음의 시간을 거쳐 다시 위기에 이르는 이 갈지자의 강박적인 움직임은 흡사 밤새 파티를 즐기다 아침을 맞게 된 사람들의 광증을 본뜬 듯 보인다. 작렬하는 빛과 색채, 추상적 형상들은 인물들의 존재가 평탄한 평지를 벗어나 휘황찬란하고 예측 불가능한 영토에 진입함을 나타낸다. 제작사의 재편집으로 인해, 중년의 할리우드 배우로서 연기 인생의 실패에 직면한 주인공(커크 더글러스)이 괴로워하는 이유는 다소 불분명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가위질이 미넬리가 애써 강조하고자 했을 이접성(離接性)을 한층 분명히 해줄 뿐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인간이 얼마만큼 자신의 동기와 욕망을 다스리고 행복을 성취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대한 미넬리의 염세적 시각에 무척이나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