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싱가포르. <싱가포르 드림>은 그곳에 사는 한 중국계 가족 혹은 세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동시대 아시아인들의 보편적인 욕망과 좌절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의 혼성적인 정체성과 고유의 역사적 여정을 갖고 있는 특정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그곳의 존재들이 얽매어 있는 현실의 조건과 지배적인 삶의 가치는 그 지리적, 역사적 제약을 넘어서는 공통의 것으로 다가온다.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잠식당해 있는 자본주의적, 물질주의적 가치에 대한 추종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배반한 채 상처와 불신을 주고받는다. 중산층 계급으로의 진입을 위해 자본주의의 욕망을 자신의 것으로 치환하고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물질적 가치의 장악력은 전통과 현대, 삶과 죽음의 경계선까지도 이미 넘어서 있다. 결국 그러한 욕망과 좌절의 연쇄 고리로부터 가장 멀리 있었던 자들은 다른 삶의 가치를 찾아 떠나가지만, 행복한 가정의 미래라는 공동의 꿈은 끝없이 유보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도식적이라 느껴질 만큼 전형적인 설정과 목적에 부합하는 일방향적인 사건의 전개가 풍부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는 데는 부족한 감이 있을지 모르나, 과장이나 감상적인 제스처와는 거리가 먼, 우리들의 현재를 마주하게 하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