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서의 고독>은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극도의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세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우리는 혼자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이 결코 외롭고 힘들기만 한 삶이 아니며, 그들의 삶을 통해 오히려 군중 속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된다. 축구를 사랑했던 한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골을 넣던 순간에 대지진으로 아들과 부인을 잃었다. 죽은 아들과 아내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그에게 낡은 축구공은 여전히 희망이다. 글을 읽지 못해 많은 것을 배울 기회를 놓친 한 남자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글쓰기와 읽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개와 말을 키우며 사는 외로운 삶이지만 글을 쓸 줄 알게 된다면 그의 삶은 더 풍요로워지리라는 희망이 있다. 도시에서 많은 직업을 가졌던 또 한 명의 남자는 끝없는 바다와 싸우는 외로운 어부의 삶을 선택했다. 그는 파타고니아에서의 외로운 삶은 운명적인 삶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이기 때문에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 사람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황량한 파타고니아가 어느덧 이름다운 풍경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