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제주도에 유채꽃이 만발하면 사람들은 그 조금은 진한 노란 유채꽃 밭으로 달려가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분이 되고자 한다. 그 아름다운 풍광에는 피와 학살의 역사가 숨어 숨 쉬고 있다. 1992년 북제주군에서 발견된 다랑쉬굴의 희생자들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레드 헌트>는 제주도에 숨죽어 있던 침묵의 역사를 하나씩 드러낸다. 청산되지 못한 친일세력과 미국의 패권주의의 결합 속에서 4 · 3 항쟁의 진실을 묻혀 있었다. 잔혹한 학살의 역사에 강요당했던 침묵은 마침내 발언하기 시작한다. 4 · 3 항쟁으로 시작된 빨갱이 사냥이라는 비극의 본질과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레드 헌트>는 처참한 비극의 역사가 아직도 자유스럽게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현실을 노인들의 생생한 회상 속에 담겨진 두려움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것 녹음되면 안 되는데… 녹음하지 마라. 딸이 보면 걱정하니까. 방송에 나가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