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녀 정책하의 중국에서 태어난 둘째였던 감독은 가족에 대한 거리감만큼이나 물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진 암스테르담에 거주한다. 화목해 보이는 가족 안에 항상 도사려온 불화에 관해 질문하기 위해 그는 중국으로 돌아온다. 오래된 사진과 골동품, 고향 동네와 가족의 고백을 훑어가는 이 사적 다큐멘터리는 냉철한 사회적 탐사이기보다는 여러 갈래의 감정들을 따라가보는 방식을 택한다. 사진과 푸티지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비디오 아트와 그래픽 디자인 경험이 묻어나는 감독의 첫 장편은 결국 개인적 상처들, 정치적 여파, 문화적 차이, 세대 간 갈등이 뒤얽힌 가족의 양상을 가늠해보는 시도이다. 깔끔하게 웃고 있는 가족사진에는 포착되지 않는 어지러운 감정들에, 어색하고 부족할지언정 ‘미안하다’는 말을 걸어보는 시도이다. [조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