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어떤 순간들은 음악으로 기억된다. 모차르트의 ‘내림 마장조 삼중주’는 영화 속 커플의 오해와 사랑의 순간에 함께하는 음악이다. 영화는 에리크 로메르가 쓴 유일한 희곡 「내림 마장조 삼중주 Le Trio en mi bémol」를 현재에 맞게 영화로 각색해 촬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헤어진 사이지만 여전히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마음이 통할 어떤 우연을 기다린다. 히타 아제베두 고메스 감독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채로 연속해 일어나는 일들이 곧 삶이고, 사랑이며, 예술이라는 것을,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생의 비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잠자는 미녀 Sleeping Beauty>(2016)의 아도 아리에타 감독이 영화 속에서 이 작품을 연출하는 감독으로 나오는 것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문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