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영화감독 벨라 타르의 <사탄 탱고>는 등장하자마자 괴물 같은 걸작이라는 의미에서 단숨에 ´몬스터피스´의 자리에 올랐다. 무엇보다도 상영시간 7시간 18분이라는 물리적 시간의 무게가 만들어내는 거대함과 그 시간 안에서 펼쳐지는 이미지의 사악한 유혹, 또 끝을 알 길이 없는 심연 같은 서술화법은 관객에게 새로운 영화 천지창조의 순간과 마주하게 해 준다. 세상의 끝에 위치한 것처럼 보이는 황량한 마을에 겨울을 재촉하는 늦가을 비가 내린다. 마을 주민들은 오늘밤 돈을 나눠 가지고 모두들 이 마을을 떠날 생각이다. 그 중 몇몇은 이 돈을 혼자 갖고 도망칠 생각이다. 그런데 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사내가 돌아온다. 그리고 그는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서 공동 농장을 만들자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정말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혹시 그는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들의 죄를 사해줄 메시아인가, 아니면 또 다른 사기꾼에 불과한가?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눠진 이야기 속에서 벨라 타르는 카프카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 구조를 끌어들이고, 그것을 타르코프스키의 사색적 이미지와 큐브릭의 카메라와도 같은 율동으로 우리를 이 저주받은 땅으로 인도한다. 사회주의 몰락 이후의 동구를 무대로 이루어진, 절망과 불안에 대한 알레고리인 이 영화는 우리 세기 사회주의의 마지막 탱고라고 불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