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여의고 파지를 주우며 혼자 사는 선아. 어느 날, 낯선 남자가 선아를 찾아온다. 화면이 열리자마자 남자 앞에서 급정거를 하는 자동차.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남자는 그 자체로 힘겨워 보인다. 고단하기로 따지면 선아의 일상도 못지않다. 고립과 소외, 외로움에 절은 선아의 방. 무엇이 남자를 압박하고 소녀를 방치했는가. <선아의 방>은 이들의 얄궂은 운명을 들여다본다. 영화는 의도와 무관하게 두 사람을 괴롭히는 시간의 순환, 가해와 피해의 아이러니를 묘사한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