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센트럴 하바나. 중년 남자 미구엘은 미국으로 이주하기 위해 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며 뉴욕에서의 새로운 삶을 고대하지만 비자발급은 원활치 않다. 이에 반해 미구엘의 룸메이트이자 게이인 디에고는 AIDS에 걸려 병상에 누워 있다. 이 특별한 친구들은 인생의 전환기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두 사람은 친구지만 미구엘은 도피를 택하고 디에고는 사람들을 선택한다. 쿠바의 베테랑 감독 페르난도 페레즈가 이야기하는 것은 이상주의의 상징이었던 ‘피델 카스트로’가 사망한 쿠바에서의 삶이다. 그들은 다소 힘이 빠진 것처럼 보인다. 생활에 치이고, 병증으로 고통을 받는다. 다소 비극적인 톤을 바탕에 깐 이 코미디 영화는 중대한 변화의 과정에 있는 도시 하바나에서의 우정이라는 테마를 끌어낸다. <하바나에서 마지막 나날들>은 표면적인 스토리보다 뉘앙스가 넘치는 장면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다. 미구엘과 디에고의 우정을 보여주는 몇몇 장면들은 가슴 뭉클한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