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한 이곳을 떠나 프랑스로 날아갈 거다. 나래이터 모델 진주의 유일한 희망은 돈을 모아 이곳을 뜨는 것이다. 저마다 사고뭉치인 가족은 진주의 고달픈 생활에 경제적으로 기생하고 있다. 동생으로 인해 다쳐 보상금을 물어주어야 할 여고생 도이의 문병을 다녀온 진주는 삶의 희망이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절규하고 싶지만 고통은 오롯이 그녀만의 것이다. <한낮의 우리>는 가공하지 않은 진심의 힘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자칫 상투적일 수 있는 주제인 청년빈곤과 전망부재를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는 원칙에 충실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배우로부터 나오는 에너지가 강렬하다. 진주 역할의 배우 문혜인은 전작 <나가요:ながよ>에 이어 작품에 깊이와 감정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페르소나를 창출해냈다. [송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