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출신의 감독 아도 아리에타는 1970년대 이후 극소수의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일흔 살이 된 아리에타의 신작 <잠자는 미녀>는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만든 작품이다. 우화 ‘잠자는 미녀’의 현대판인 이 영화는 2000년 레토니아 라는 가상의 국가를 무대로 시작된다. 드럼 연주로 지루한 낮 시간을 보내는 왕자 에곤은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똘똘 뭉친 반항아이다. 에곤은 헬리콥터를 타고 켄츠라는 왕국의 숲으로, 100년 전 깊은 잠에 빠진 미녀를 찾아 떠난다. 테크놀로지에 의해 대체된 고전영화의 기운을 살려내면서 초기 컬러 영상의 룩을 재현해낸 <잠자는 미녀>의 이미지는 마술적 분위기를 품고 있다.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번득이는 시각적 아이디어이다. 인간의 흥분과 열정, 혼란이 교차하는 이미지들은 창조적인 비주얼을 보여주는데, 아리에타는 고도의 시각화 전략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기술한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