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스위스에서 고향인 룩셈부르크로 돌아온 캐서린은 훌쩍 자란 딸 알바와의 관계가 서먹하다. 오랜 별거 탓에 친구들은 할머니 엘리자베스를 엄마로 생각할 정도이다. 엘리자베스에게 테니스 레슨을 받는 알바는 캐서린과 시간을 보내면서 차츰 마음을 열지만, 캐서린의 불안정한 정체성은 모녀간의 앙금을 또다시 불러온다. 캐서린은 관계 회복을 위해 딸을 납치한다. <닿을 수 없는>은 미묘한 관계의 속성을 다룬 여성 심리 드라마이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테니스 공을 주고받는 행위처럼 소통은 상호적인 것이다. 친밀함을 회복하려는 캐서린의 노력은 일견 성공적으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균열에 의해 조금씩 갈라진다. 캐서린과 알바의 소원함은 어린 시절 엘리자베스와 캐서린 사이의 그것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모녀 관계인 대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롤리타 샤마가 모녀를 연기함으로써 자전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여성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데 거대한 담장과 같은 엄마의 억압에 의해 위축된 딸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듯하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