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명 성악가였으나 시골 예고의 음악선생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상진은 천부적인 노래실력을 지닌 소년 장호를 가르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장호는 불우한 환경 때문에 음악대신 주먹세계에 뛰어든 불량학생이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까칠한 선생과 드센 제자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은 서로 상대가 자신의 다른 모습이라는 걸 안다.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공포영화 중 한 편으로 기록될 <소름>으로 데뷔한 이래 복합적인 전기물 탐구의 가능성을 보여준 스펙터클 <청연>이 부당하게 과소평가된 이후,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저예산 영화를 만들었던 윤종찬 감독은 이 영화 <파파로티>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성장담을 축으로 대중적 주류 내러티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다. 음악을 통해 맺어지는 사제간의 스토리이자 제자를 가르치며 스스로 갱생하는 선생의 드라마이자 자신의 미래 모습이 될지도 모를 선생의 가르침을 통해 제 모습을 온전히 깨닫는 성장 드라마이기도 한 이 영화는 어느 결에서도 모자람이 없는 풍족한 공감대를 전해준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훈련하는 음악의 스코어가 클래식 팬이 아닌 일반 대중을 고려한 지나치게 안이한 선곡이라는 비판도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관통하는 선의의 밀도와 정직성에 공감하지 않기는 힘들다. <베를린>에 이어 한석규는 여전히 안정된 연기의 달인임을 보여주며 제자 역의 이제훈도 그 특유의 연약함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존재감을 무리 없이 과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