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 윤이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언니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와 살고 있다. 그러나 아빠는 돈을 벌기 위해 종종 기한 없이 집을 비워야 하고 어린 자매는 아빠의 출타가 싫다. 또다시 아빠가 돈을 벌기 위해 떠나기로 한 어느 날. 하늘에선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우산도 없이 유치원에 온 윤이는 집에 갈 일이 걱정이다. 그때 마침 우비와 우산을 챙겨 들고 윤이와 언니를 데리러 온 아빠. 빗 속에 딸들이 걱정돼 마중 나온 아빠는 일떠날 시간이 늦어 마음이 급하다. 영화 <빗소리> 는 특별한 사건이나 드라마 보다는, 유치원에 다니는 윤이의 시선과 눈높이 그리고 여리고 두려움 많은 어린 소녀의 마음으로 카메라를 비추는 작품이다. 유치원에서 만들어준 통장을 잃어버린 아이의 불안과 걱정, 할머니의 잔소리, 또 다시 일터로 떠나야 하는 아버지의 빈자리. 어린 소녀의 눈에 포착된 일상과 주변의 풍경은 커다랗게 들리는 빗소리처럼 왠지 서글프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남해의 풍광과 젊은 아버지의 근심 어린 마음. 한 낮에 쏟아지는 빗줄기와 그것이 대지에 부딪혀 울리는 애상적인 소리들이 인상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