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소에 여자가 있으니>에는 기이한 숏 하나가 두 차례 등장하는데, 무엇을 보여주는 것인지 거의 알아볼 수가 없다. 불확실하긴 하지만, 그 숏은 사무실 내의 일군의 사람들의 모습이 천정에 비친 이미지일 수도 있다. 이 숏은 무엇이며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일까? 이것은 부재의 기호이자 마이너스 기호라 할 수 있다. 설명할 수 없는 이 생경한 요소는 깊이가 상실된 표면, 즉 그것이 지우고 대체해버린 하늘의 깊이가 사라진 표면이다. 이것은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세계의 미스터리가 완결된 동시에 하찮은 것임을 경고하는 미지의 기호다. 즉 그들의 판에 박힌 듯한 생활을 둘러싼 그저 일상적인 미스터리, 해결된다 해도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는 미스터리인 것이다. 이 예상치 못한 표면은 스즈키 히데오의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많은 중단의 순간 중하나이다. <그 장소에 여자가 있으니>의 내러티브는 규칙적 패턴으로부터의 계속적인 일탈로 정의할 수 있다. 스즈키의 영화는 배제와 제한에 의해 공간이 끊임없이 재정의되는, 부분적 가시성의 영화다. 그의 영화적 구축물은 안토니오니의 세계와 공통점을 지닌다. 안토니오니처럼 이 일본 감독 역시 행위에 대한 외부적 요청과 도덕적 권위가 부재하는 세계를 창조한다. 인물들은 불변적이지만, 카메라와 관련해서 공간 내 그들의 위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 장소에 여자가 있으니>에서 다카라다 아키라가 의자에 앉아 잠든 츠카사 요코에게 노란색 담요를 덮어줄 때, 우리는 이 두 인물이 그들만의 특별한 드라마를 펼치고 있는 순간으로부터 이 영화의 또 다른 차원으로, 인간적 드라마로부터 벗어난 운명의 차원으로 진입하게 되는데, 여기엔 순수하게 추상적인 디자인이 덧씌워져 있다. 더 정확히 말해, 이 노란색 담요는 우리가 애초부터 이 두 사람의 드라마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었음을 일깨워준다. 그 무엇이란 오직 영화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인물들을 (허구의 인물인 한편 배우이기도 한) 그들 자신에게서 끄집어내 순수한 몸짓과 추상적 공간의 견지에서 보게 만드는 존재의 양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