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구치 겐지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로 자주 이름을 올렸던 요다 요시카타가 가와다케 신시치 3세의 가부키극 <가고츠루베 籠釣花街醒>를 각색한 작품으로, 에도 시대의 유명한 홍등가를 무대로 한 흥미진진한 멜로드라마다. 부유한 방직 공장 주인인 지로자에몬(가타오카 치에조)은 훌륭한 사회인의 표본으로 보일 만큼 착하고 성실한 사내이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얼굴의 절반을 덮고 있는 흉측한 반점 때문에 결혼을 못해 외로운 독신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볼썽사나운 외모로 인해 부모에게도 일찌감치 버림받은 그는 여러 신붓감에게 이미 수 차례 퇴짜를 당한 몸이다. 보다 못한 친구들이 이 숫기 없는 공장 주인에게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려 요시와라의 유곽 세계로 그를 인도하지만, 게이샤들마저 술 시중을 거부하는 바람에 그의 자괴감만 더욱 깊어질 뿐이다. 그런데 매춘부의 세계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해당하는 거리의 창녀였던 다마츠루(미즈타니 요시에)만은 얼굴이 흉하다고 마음까지 흉한 건 아니라며 기꺼이 지로자에몬의 시중을 든다. 곧바로 사랑에 빠져 다마츠루에게 홀딱 반해 버린 그는 하루가 멀게 그녀를 찾아와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 그의 재력을 간파한 그녀는 나름 최상위의 기녀 자리를 노리며 유곽 주인과 함께 엉큼한 계략을 세워 지로자에몬의 돈을 몽땅 뜯어낸다. 다마츠루와 그녀의 동료들이 순진한 공장 주인의 헌신적 사랑을 뻔뻔스레 이용해먹는 모습은 관객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할 때도 있지만, 도쿄 유곽의 생생한 삶의 모습과 당시 사회상의 세밀한 묘사, 화려한 세트와 의상 (특히 마지막 장면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이다), 우치다 영화의 단골 주연 배우인 가타오카 치에조의 진심 어린 연기는 충분히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