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50원이 없어 섹스도 못하고 보증금 500만 원이 없어 신장을 팔아야 하나 고민하는 백수남 천지웅. 아직은 걱정보다 젊다는 데 희망을 걸어보는 허세작렬의 20대다. 그의 옆집 옥탑방에 세 들어 사는 구홍실은 돈모으는 게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나머지 TV가 먹는 거냐고 묻는 전천후 짠순이. 홍실은 지웅을 이용하는 대신 두 달 동안 그에게 돈 버는 법을 전수키로 하고, 두 사람은 구질구질하지만 돈 버는 재미가 쏠쏠한 청년 보부상 파트너가 된다. 그들이 돈 버는 방식은 세상의 잉여생산물을 되팔거나 누군가를 기만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것은 세상의 비정함에 되갚아주는 방식으로 너그럽게 보아 넘길 만하다. 돈으로부터 로맨스의 순수성이 회복되는 지점이 멀긴 하지만, 거기에 다다르면 체념의 쾌와 희망의 서가 함께 열린다. 계층의 질서를 거스르는 판타지는 없지만 이 둘의 조합이 그 질서를 고착화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 무릎 꿇어야 하는 20대의 세상사와 로맨틱 코미디의 즐거움을 함께 버무리는 것이 쉽진 않지만 영화는 뜯고 뜯기는 돈의 세상을 가볍고 발랄하게 개인화했다. 두 배우가 발산하는 신선함과 밝은 에너지는 명백하게 그에 일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