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그림같이 아름다운 화면 연출에 있다. 화가였던 빌헬름 사스날과 앙카 사스날 부부 감독은 폴란드의 한 작은 마을을 현미경을 들이대듯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풍경의 사실성뿐만 아니라 악마 같은 인간성에 대해 탐구한다. 영화는 나무와 강으로 둘러싸인 외딴 폴란드 마을의 쓰레기 치우는 사람과 한 소녀의 러브스토리를 다룬다. 파웰은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싶어하지만, 그의 노모는 그 바람을 거부한다. 그러던 중 파웰은 어머니를 버리고 자신도 사라져버린다. 파웰이 사라진 후 활기 없는 삶을 영위하던 마을사람들은 그의 집에서 물건을 하나씩 훔쳐 나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남몰래 수줍게 하던 도둑질이 이제는 대놓고 훔치는 일상으로 바뀐다. 가족간의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은 한 작은 마을의 붕괴를 초래한다. 매우 아름다운 자연환경 아래, 인간의 악마성이 표면을 뒤덮는 이 모순적인 영화에서 우리는 한 특정한 마을이 아닌 인간사회의 보편성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영화는 또한 대사가 거의 없이 매우 느리고 관조적으로 움직이는 카메라를 통해 미니멀리즘적 영화 표현의 정수를 보여준다. 카메라가 아주 서서히 줌 아웃 하면서 뒤로 빠지는 몹시도 긴 롱 테이크나, 매우 길게 이어지는 트래킹 샷, 오랫동안 인물을 관찰하는 고정 카메라 등의 장면들의 연속에서 로맨스는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영화는 한 마을의 쇠퇴와 몰락의 연대기 속에서 인간의 잔혹함을 조용하게 응시하는 날카로운 관찰력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