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산길에서 멈춰버린 차 때문에 곤란해 하는 케이트에게 한 이탈리아 남자 비토리오가 도움을 준다. 주변 마을에 당도한 케이트는 호의의 표시로 서커스에 초대를 한다. 비토리오가 그것에 응한다는 것, 우리 역시 그와 함께 영화를 계속 보기로 결심한다는 것은 아마도 자크 리베트의 예전작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1974)에서 주인공들이 이상한 마술적 힘을 가진 캔디를 입에 넣는 것과 다르지 않은 행동일 터이다. 비토리오와 우리는 이제 리베트가 구축한 또 하나의 ‘픽션의 집’에 어느 정도의 매혹을 느끼며 들어오게 된 것이다. 말 그대로 산으로 둘러싸인 한 작은 마을에 머무는 서커스단 주변에 경계가 그어진 이 세계에서 비토리오와 우리는 우선 미스터리와 맞닥뜨린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와 우리는 케이트가 왜 15년 전에 떠났던 서커스단에 돌아왔는지, 그녀가 어떤 오래된 상처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것이다. <작은 산 주변에서>는 다른 한편으로는 이 비밀에 둘러싸인 여성에 매혹 이상의 감정을 느끼는 한 남자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 장면에서 보건대, 비토리오는 분명 케이트에게 연정을 품은 남자이다. 그런데 그의 애정은 결국 단순한 이성적 결합이 아니라 구원의 행위를 통해 성취된다. 그리고 그 주요한 도구가 되는 것이 즉흥적 요소가 결부된 서커스 공연이다. 그렇다면 <작은 산 주변에서>는 단지 끌어당김의 매혹만이 아니라 치유력까지 가진 스펙터클의 경이와 그것과 리얼리티와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는 영화인 동시에 즉흥 연출이 가진 힘에 대해 성찰하고 자기 승인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리베트는 그렇듯 경박하지 않은 세계를, 우리로 하여금 큰 힘 쏟지 않으며 소요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