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관 감독이 총 10개로 기획하고 있는 모놀로그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황량한 겨울바다에 한 여자가 서 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마주한 여자는 얼마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위험하진 않지만 작은 뇌수술도 앞두고 있다. 슬픈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겨울바다를 찾아왔지만 매서운 바람과 텅 빈 바다는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더욱 스산하게 할 뿐이다. 게다가 저만치에 서 있는 한 남자는 자꾸만 그녀를 쳐다보더니 주춤거리며 다가와 말을 건넨다. 이런 모든 상황들, 그녀에겐 참 재수 없다. <폴라로이드작동법> <엄마 찾아 삼만리> 등 지속적인 독립단편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종관 감독의 <모놀로그 #1>은 총 10개로 구성될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사람과 사물 그리고 카메라 등이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전개하게 될 이 프로젝트에서 첫 번째로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는 실연의 상처를 지닌 20대 여성이다. 우두커니 바다를 향해 넋두리를 늘어놓는 여자. 여느 작품에서도 그러했듯 김종관 감독의 카메라는 대상의 미묘한 심리적 내부와 감성을 유려한 감각으로 포착한다. 스산한 바다만큼이나 황량해진 여자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