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조나라는 전략적 요충지인 양성을 점령하기로 결정한다. 다급해진 양성은 묵가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묵가로부터 단 한명의 구원병 혁리가 도착한다. 그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항복을 고민하는 양성의 군주를 설득하고, 민심을 모은다. 그리고 뛰어난 전술과 4천명의 군사로 조나라의 천만대군을 물리친다. 그러나 양성의 군주는 민심을 사로잡아버린 혁리를 경계하여 그와 그의 추종자들을 반역자로 몰아 죽이려고 한다. 혁리는 권력과의 갈등을 통해 자신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지만 결국 자신의 믿음을 따라 외로운 패자의 길을 선택한다. <묵공>은 승리와 권력의 역사를 다룬 장 이모우의 영화 <영웅>과 정반대의 지점에서, 한 이상주의자가 가야했던 패배와 도덕의 역사를 다룬다. 그리고 그를 통해 ‘겸애(兼愛:차별 없는 사랑)’와 ‘비공(非攻:침략전쟁에 대한 반대)’으로 대변되는 묵가사상을 현대에 되살려낸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이상을 지키기 위해 갈등하는 혁리의 모습은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선택했던 길을 가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동시대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이 영화가 꾸는 꿈은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