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서식지로서의 신체라는 크로넨버그의 주제는 매 영화마다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이와 관련하여 <브루드>가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이 외부로부터 도래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산물이라는 점일 것이다. 영화는 「분노의 형상」이라는 책의 저자로 유명한 레글런 박사의 심리치료 기관에서 시작된다. 그의 치료 요법은 환자의 억압된 정신적 트라우마를 신체로 외재화시키는 것인데,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환자 노리는 분노의 감정을 외부 자궁을 통해 생명체로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크로넨버그의 영화로는 드물게도 아이가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 가족 드라마는 그의 개인적으로 가장 암울했던 시기가 반영된 일종의 자전적 영화이다. <플라이>, <데드링거>와 더불어 여성 자궁에 대한 탐구이기도 한 <브루드>는 분명 기괴한 종양과 섬뜩한 괴물이 등장하는 고어 영화지만, <파편들>이나 <열외 인간>에서 보여줬던 에로틱한 피의 광란이 부재한다는 점에서 고어팬들의 기대를 무너뜨렸으며 결국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크로넨버그에게 있어 고어란 인간의 정신을 성찰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한 것이며, 이를 입증하고 있는 <브루드>는 단연 그의 초기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