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조감독 출신인 줄리아 솔로모노프의 데뷔작인 <자매들>은 한 여인이 악몽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여동생과 8년 만에 재회하는 날, 그녀는 악몽을 꾼 것이다. <자매들>은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되돌아오는 아르헨티나의 악몽 같은 근대사를 두 자매의 삶 속에 투영하는 작품이다. 9년 전 동생은 독재 정권에 저항하던 중, 누군가의 고발에 의해 아지트가 경찰에 발각되고 자신의 애인이자 동료였던 마틴이 죽음을 맞는 사건을 겪는다. 그 후 가족들은 동생을 외국으로 망명시켰고, 8년이 지나서야 두 자매는 재회한다. 진실을 밝히려는 동생과 이를 감추려는 언니 사이의 심적 대립이 첨예화되면서, 평온했던 가족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아르헨티나 근대사의 실체가 드러난다.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교차시켜 나가는 <자매들>은 아르헨티나의 근대사가 남긴 상처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인물들 간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화법이 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