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서 온 이야기>는 감독의 고향인 태국의 북쪽 마을 란나에 대한 감독 자신의 사랑이 가득 담긴 영화이다. 대학 졸업 작품으로 만든 단편 영화 <시간의 흐름>을 기초로 시작된 이 영화는 란나 마을의 사람들과 자연풍경, 농촌 생활에 관한 9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비바람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씨를 뿌리고 거두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논밭을 가꾸는 농부들의 일상으로부터 낮에는 물고기를 잡고 밤에는 둘러앉아 귀신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의 하루까지, 전 재산인 물소를 잃어버린 한 농부의 노심초사하는 마음에서부터 도시로 가버린 이들과 손자의 성공을 바라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까지 영화는 근대화와 함께 우리가 잃어버린 농촌의 생활을 다시 기억하게 한다. 그러나 영화가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것은 잃어버린 농촌의 모습만이 아니다. 영화는 기계의 소음 속에서 잃어버렸던 자연의 소리와 빠른 속도에만 익숙해져 잃어버렸던 자연의 리듬을 우리에게 다시 돌려준다. 4년간 타이 텔레비전과 메이저 영화사에서 일했던 감독은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진정한 의미에서 영화와 농사를 함께 즐기고 있다. 이 영화는 이와 같은 감독의 진실한 이음이 전해지는 한 편의 전원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