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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JU IFF #2호 [인터뷰] 20대 청년의 반성장 보고서, <잠자리 구하기> 홍다예 감독
<시발.>, <개새끼>, <관종쓰레기>. 홍다예 감독을 설명하는데 이만큼의 적절한 시작은 없을 테다. 이전의 영화 제목들처럼 홍다예 감독은 속내를 감추는 데 취미가 없다. 그녀의 연출론은 영화에서 오직 진심만을 전달하고 싶다는 것. <잠자리 구하기> 역시 본인의 감정적 서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만든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학생을 오직 성적으로만 규정하는 사회에서 자아를 상실해가는 고3의 일기로 영화는 시작한다. 이어서 과거의 자책과 현실의 고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20대 중반의 참회록까지 자기 파괴의 정동이 거짓 없이 펼쳐진다. 그러나 <잠자리 구하기>의 진심은 비관적인 넋두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부조리의 사회를 살아가려고 미약하게나마 소생하는 힘에의 의지. 혹은 그 의지를 잃은 동료들을 향해 건네는 도움의 손길. <잠자리 구하기>는 친구, 가족, 자신의 과거를 구원하려는 강렬한 성장통으로 확장된다. <잠자리 구하기>를 “20대 청년의 인류학적 반성장 보고서”로 수식하며 말문을 뗀 홍다예 감독의 진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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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구하기>는 8년간 찍은 영화다. 시작이 궁금하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청소년 다큐멘터리 제작 워크숍을 통해 시작했다. 제일 먼저 만든 건 <(18)>이라는 단편 다큐멘터리였다. <잠자리 구하기>와 비슷하게 대학입시만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달려가는 학교의 모순과 참상이 주제였다. 그런데 <(18)>이 고등학교 선생님들 사이에 우연히 퍼지게 되자 큰 논란이 일었다. 영화 속에서 학생들이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을 욕하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난 허구한 날 교무실에 불려가서 정학시킨다거나 고소한다는 으름장을 들었다. 상영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에 워크숍의 다큐멘터리 선생님은 “네가 네 다큐를 지키고 싶다면 싸워라”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을 따라 교장 선생님과 실컷 싸우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억지로 제지당한 게 기분 나빴다. 그래서 워크숍에서 <시발.>이라는 입시 다큐멘터리를 또 만들었다. 애초엔 딱 수능까지의 이야기를 1년 동안 담으려고 했다. 그런데 수능의 연장선에서 재수 생활도 찍고, 대학 생활도 찍게 됐다. 자연스럽게 장기 촬영이 되면서 장편 <잠자리 구하기>로 발전하게 됐다.
8년간의 촬영을 끝낸 계기는?
졸업하려고. (웃음) 매년 올해는 끝내야겠다는 마음을 먹던 와중에 <잠자리 구하기>를 졸업작품 차원에서 제작하게 됐고,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이번에는 꼭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영화에도 나오는데, 가장 친한 친구에게 썼던 편지의 마지막에 “그냥 같이 살아갔으면 좋겠다”라고 적었다. 그동안 친구에게 화냈던 일, 모질게 굴었던 일을 생각하면서 건넨 말이다. 그 말을 진심으로 전할 정도로 내가 변했을 때 영화를 완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잠자리를 구한다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에게 잠자리를 구한다는 건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다. 장래 희망이 초등학교 땐 사회복지사, 중학교 땐 국제 NGO 활동가였다. 고등학교 시절엔 인류학과를 지망했다. 문화인류학 연구 방법 중 참여 관찰법이 있다. 다른 문화 사회에 직접 들어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직업도 같은 맥락으로 느낀다. 참여자이자 관찰자로서 타인을 이해하고 도우려 한다. 앞서 말했듯 친구에게 쓴 편지 역시 그렇다. 서먹해진 사이라 두려웠지만 힘든 상황의 친구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고 싶었다. 직접 전할 자신이 없으니 편지 내용을 내레이션 삼아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게 기획의 시작이었다. 물론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다. 굳이 말하자면 절반쯤 성공한 것 같다.
<잠자리 구하기>는 본인을 구하려는 이야기로도 느껴진다.
20살 재수 시절에 처음 우울증을 겪었다. <잠자리 구하기>는 우울증과 함께했던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니 영화를 완성하면 우울증도 같이 끝날 것만 같았다. 8년 만에 처음 가편집본으로 영화를 완성했는데 막상 별 느낌이 없었다. 이제 스트레스를 덜 받겠다는 정도였다. 물론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며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하지만 순서는 잘 모르겠다. 내가 남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으니 영화가 완성된 건지, 영화를 완성해서 이해하게 된 건지 모호하다.
줄곧 자전적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흔히 다큐멘터리를 다이렉트 시네마와 시네마 베리테로 나누는데, 택하고자 하는 방법론은?
굳이 말하자면 나는 다이렉트 시네마 베리테를 만든다. 특정 방법론에 기대지 않고 참여와 관찰을 두루 하려고 한다. 저 분류는 어떤 방법론이 더 다큐멘터리의 진실에 가까운지, 어떤 방법이 더욱더 진실을 잘 드러내는지의 논쟁에서 출발한 것으로 안다.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진실을 말하려 한다.
<잠자리 구하기>의 진실은 어디에 있나?
‘감정’이다. 8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조작되기 마련이다. 각자에게 유리한 기억만 남고 기억은 점차 사실에서 멀어진다. 과거의 촬영본을 보다 보면 그 당시의 상황과 기억은 흐릿하지만, 감정만큼은 잊히지 않는다. 그 감정을 진실되게 전하고 싶었다. 편집과 연출을 거치면 극영화든 다큐멘터리든 비슷하게 사람의 가치 판단이 개입되며 진실을 압축하거나 변환하게 된다. CCTV조차도 현실을 의도적으로 프레임화하는데 영화의 조작성은 당연히 전제돼있다. 그러나 내가 분출했던 감정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살아있다. <잠자리 구하기>에선 내 감정의 맥락을 영화 전체의 중심으로 삼아 최대한 살리려 했다.
첫 작품에서 겪었듯, 다큐멘터리엔 카메라의 윤리도 중요한 문제다.
누군가를 찍는다는 일엔 분명 신경 쓸 부분이 많다. 가장 먼저 고려할 건 찍히는 대상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이루는지는 사람마다 다양하다. 아예 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고 사례금을 주며 카메라의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나의 방법은 나오기 싫어하는 사람은 안 찍는 거다.
<잠자리 구하기>엔 친구들이 여럿 등장한다. 영화를 완성하며 가장 주목한 인물은?
민지와 윤지다. 최근까지 촬영을 계속한 친구들이기도 하지만, 실패를 경험하는 인물인 게 큰 이유다. 학창 시절, 사회생활을 거쳐 둘은 실패를 마주한다. <잠자리 구하기>가 특별히 성공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기에 이들의 상황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보고 좋아해 줬다.
차기작 및 앞으로의 목표도 궁금하다.
BL 장르와 정치를 엮은 다큐멘터리를 공동 연출로 기획하고 있다. 외부 대상과 사건에 초점을 맞췄으나 여전히 나의 자전적 경험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론 해외의 다큐멘터리 대학원에 진학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할 예정이다.
[글·이우빈, 사진·오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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