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다리를 다쳐서 입원을 했어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글을 썼습니다. 초고를 냈을 때는 15~20분짜리 단편영화였어요. 인물도 훨씬 적고 섬세한 감정보다는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시각적인 이미지에 집중해서 썼던 것 같아요. 그런데 로케이션이나, 캐스팅 등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하면서 원고 분량이 점점 늘어나고, 인물도 추가되었어요. 그렇게 40분짜리 영화가 나오게 되었답니다.?
처음 편집본을 마쳤을 때, 사실 아쉬운 마음부터 들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만 더 집중할 걸, 조금만 더 여유롭게 할 걸 하는 후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다 마치고, 집에서 혼자 최종본을 보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너무 좋았어요. 만들며 고생한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하하하.
전주에서 진행한 라디오에서 차기작을 생각하고 있냐는 질문에 경솔하게도 ‘다시는 영화를 안 할 것 같다. 너무 힘들다’라고 말씀드린 게 부끄럽네요. (선배 감독님들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약간 건방진 것 같기도 하고…….) 이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 영화를 할 수 있는 큰 동력을 얻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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