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오르즈코>는 멕시코의 유명한 개념 미술가로 알려진 동명의 가브리엘 오르즈코의 세계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오르즈코의 작품은 국내에서도 광주 비엔날레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는데, 국내에서도 전시되었던 ´투항하는 돌^라 유사한 작품들이 영화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가브리엘 오르즈코>는 다큐멘터리의 영역이 공적이고 사회적인 소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예술가의 작업과 비평적 코멘트를 통해 현대 사회의 특성들을 집약하고 있다. 솔직히 이 작품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거나 오르즈코의 작품과는 달리 다큐멘터리 스스로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은 아니지만 기록과 가치 보전의 영역은 반드시 투쟁과 쟁위의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이 백남준을 찍는다면 어떻게 접근했을까 하는 상상적 비교를 가능케 했다. 많은 면에서 우리와 비슷한 멕시코에서 나온 현재 진행형 중인 한 예술가의 초상은 그 자체로 매혹적이다. 다큐멘터리는 그 매혹의 자리에서 객관적인 시선과 중립적인 가치 평가를 통해 관객들에게 또 다른 상상의 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