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이후 영화의 탄생 백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음양>그리고 어느 홍콩 게이 커플의 비극적 사랑의 엘레지인 <쾌락과 타락>을 잇달아 발표했던 홍콩의 거장 감독 스탠리 콴, 그가 <란위>로 돌아왔다. <란위>는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어느 저자의 익명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북경 이야기>란 이름으로도, 혹은 <란위를 사랑한 사람> 같은 제목으로도 알려진 그 소설을 각색하며 스탠리 콴은 순정이 가득한 비극적 멜로 드라마를 이끌어낸다. 개방 이후 중국 사회에서 성공적인 기업가로 입신한 한동은 어느 날 게이 바에서 친구의 주선으로 한 대학생을 만난다. 그는 건축을 전공하는 시골 출신의 가난한 대학생 란위이다. 이 날의 만남으로 란위는 한동에게 깊은 사랑에 빠져들지만 한동은 그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전통적인 가족 관계에 얽매인 채 결혼을 인간의 보편적 도리라 생각하고 자신의 남자에 대한 성욕은 우발적인 육욕으로 애써 돌리는 한동에게 이 만남은 부정한 연애일 뿐이다. 결국 한동은 결혼을 결심하고 란위는 그의 행복을 위해 그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사업에 파산하고 동시에 결혼 역시 파경에 이른 한동은 우연히 란위와 재회한다. 얼핏 보기에 더없이 진부한 멜로드라마의 얼개를 취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기존의 중국의 게이 필름과 다른 진정성을 품고 있다. 중국사회를 인식하는 알레고리로 인용된 동성애가 아니라 그들의 삶의 폐부에 육박하는 삶의 면면이 곡진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