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집, 고교 동창생인 헬렌과 찰리가 이 외딴 집에 모인다. 두 여성의 일은 숲 속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화재를 감시하고 탐문하는 것. 화재의 위협, 세계 금융시장과의 내통, 괴상한 말들을 주절대는 마을의 등대지기, 일본인 투자자의 방문 등 맥락을 알 수 없는 삽화들을 통과하면서 두 여성은 그들이 디지털과 실재,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주체와 객체가 상호침투하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16mm 초저예산으로 제작된 이 유목민적인 디지털 영화는 뉴욕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빙햄 브라이언트와 카일 몰잔 감독의 공동 연출작이다. <포 더 플라즈마>의 내러티브는 갈피를 잡기 힘들다. 시종일관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숲과 마을을 감싼 괴이한 기운과 무드이다. 컴퓨터 스크린의 저화질 이미지, 마치 최면을 거는 것 같은 몽환적인 음악, 숲을 포위하고 있는 수십 대의 카메라에서 추출된 푸티지들이 미국의 한 작은 마을을 둘러싼 꿈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면서 우리 시대의 삶의 조건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탐구를 보여준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