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에서 한 감독이 자국의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묘사함에 있어 그토록 많은 노력과 재능을 쏟고, 관습을 벗어나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맞게 형식을 변형할 수 있는 정도의 숙달을 이룬 감독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리핀 폭력 이야기>는 디아스 감독 영화세계를 요약하고 정의할 수 있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1973~1974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독재 정권에 의해 계엄령이 선포된 필리핀을 배경으로 풍부한 캐릭터들이 만들어 내는 많은 내러티브 속에 이어지는 장대한 서사를 전개해 나간다. 독재자의 계획에 굴복하기를 거부하는 강력한 가문의 가업을 이어받은 세르반도 몬손 3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 영화는 조국의 폭력의 기원을 파헤치는 감독의 야망을 성취한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다. (문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