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가족이 차를 타고 달리고 있다. 차 안은 소란스럽고 유쾌하지만 그 속의 공기는 왠지 무겁다. 좀처럼 가만히 있지 않는 어린 둘째 아들과 그를 달래는 부모의 재미있고 일상적인 모습은 묵묵히 운전만 하는 첫째 아들의 침묵과 대비를 이루어 이 미스터리한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영화는 점점 이들의 목표지를 짐작하게 하며, 결국 ‘왜’ 집을 나섰고 이 여정에 올랐는지를 알게 한다. 가끔씩 카메라를 응시하는 캐릭터의 눈을 나란히 마주하고 있자면, 감정의 무게가 가슴을 짓눌러 깊은 여운을 남긴다. 파나 파나히 감독은 아버지인 이란 거장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밑에서 조연출로 참여해 그 내공을 쌓아왔다. <길 위의 가족>은 이런 그의 장편 데뷔작으로, 영화 전반에 깔린 가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이란 사회에 대한 통찰을 녹여냈다. 2021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최초로 상영한 이후, 런던영화제,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싱가포르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뛰어난 연기 앙상블 사이에서도 아역 배우 라얀 사를라크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황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