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가 하늘의 뜻이야." 미망인이자 네브래스카 주에서 농사를 짓는 여든 다섯 살의 아를레느 히깅스는 한숨을 쉰다. 강력한 의지를 지닌 아흔 두 살의 오빠 클라랜스 카이저를 사설요양원으로 옮기면서 그녀는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아를레느가 클라랜스를 간호할 때, 가족들은 클라랜스 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의 건강도 챙기라고 주의를 준다. 한 인간의 인생사를 노년기부터 보여주는 이 영화는 가족 중 한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과거에 왜 집착하게 되는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세계적인 사진가 유진 리처드의 비디오 단편작업이다. 정지된 사진 같은 영상에 시간의 영속이 다가선다. 그런 낡은 사진에 담긴 오래된 기억들. 낡은 사진처럼 흑백의 이미지는 다시 자신의 사진에 움직임을 부여하며 힘을 받는다. 익숙한 찬송가가 피아노 연주로 흐르고 흑백의 이미지들은 현재로 돌아와 색을 만든다. 시적 이미지의 감성이 살아 숨쉬고, 한편으로 인생의 깊이와 연륜이 진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