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조각처럼 차가운 남자가 어느 날 햇살처럼 따뜻한 국화향기의 미소를 가진 여자를 만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우린 수많은 인연을 만들어간다. 때론 열정적이고 때론 소원한 관계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사랑하게 되고 끊어질 듯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강한 연결 고리로 서로를 옭아맨다. 이야기의 배경과 시간은 차가운 얼음처럼 꽁꽁 얼어 붙어있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따뜻함을 찾아가며 내러티브를 쫓아 사랑의 서사시(敍事詩)를 만들어간다. 있는 듯하면서도 없는 둣, 생명은 단지 존재하는 것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이 영화는 마 지앙신과 리 웨이화라는 극중 인물들로 하여금 서로의 빈 공간을 채워가며 생명의 의미를 찾아간다.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 땅이 얼고 차차 눈이 내린다는 소설, 낮이 가장 짧은 동지... 24절기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리웨이화 . 절기에 관한 그녀의 얘기들은 내러티브를 분할하며 각양각색의 환경에서 인물들이 행하는 운명적 만남들의 허구들을 사실적 느낌으로 조화를 이뤄준다.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변하는 절기, 어쩌면 실락같은 자신의 운명을 자연의 섭리에다 맡겨 변함없는 사랑을 만들어 가는 리웨화에게 마 지앙신의 존재는 바로 태양과도 같다. 사랑은 편안하고 기다려주는 것,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안겨다 주는 것, 달콤한 사랑의 수식어들이 시각적 이미지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며 국화차의 진한 향기로 다가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