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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돌아온 창석은 소설 출간을 준비하며 사람들을 만난다. 출판사 직원인 유진과 어스름해지는 저녁 무렵에 담배를 나눠 피며 그녀의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우연히 만난 사진작가 성하가 병에 걸린 아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약속 때문에 들른 술집에서는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라는 바텐더 주은과 글쓰기와 노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어쩌면 이 모든 사연이 창석의 소설일지 모른다. <아무도 없는 곳>은 이전까지 김종관 감독의 스타일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며 종합한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물면서 삶과 죽음,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부순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 에피소드다. 아주 오래된 지하 카페에서 미영과 창석이 만나 대화를 나눈다. 미영은 누구일까. 화면이 바뀌면 과거의 얼굴과 사연들이 경이로움으로 화면을 메운다. 이 영화의 마지막도 그러하다. 모두가 상처받은 영혼이기에. [이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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