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아>의 실패 이후 제작된 <덤보>는 1940년대 들어서 다양한 시도를 한 디즈니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전의 작품들이 유명한 동화를 바탕으로 삼았다면 <덤보>는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이었다. 하지만, 밑바탕에는 ´미운 오리 새끼´의 서사가 깔려 있다. 커다란 귀로 인해서 놀림당하는 덤보는 손가락질받는 귀를 활용해 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역설은 수많은 동화적 상상력을 구가해 온 디즈니의 가장 오래된 가치를 대변한다. 또한, 디즈니의 네 번째 장편이었던 <덤보>는 애니메이터들로 하여금 ‘공주를 구하는 왕자’ 이야기라는 낭만주의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이 작품의 주된 정서와 음악 역시 우울과 낭만이기는 하지만 서커스단의 스타로 성장하는 분홍색 코끼리를 통해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환상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정서적으로 울림을 주는 장면은 ‘감옥에 갇힌’ 엄마를 만나는 장면이다. 이때만큼 강렬한 음악과 서정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구현된 적은 없을 것이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