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배우 이선화는 여름을 맞아 친척들이 살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에 놀러 온다. 상대방의 반응에는 아랑곳 않고 무엇이든 말할 수 있고 어떻게든 행동할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처럼 보이는 선화는 거울처럼 자신을 무심하게 공격하고 비판하는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이리 저리 휘청거린다. 분방하게 단단한 기운을 가진 듯이 보이지만 사실 선화는 불안정한 사랑과 불투명한 직업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침울해 있다. 낯선 곳에서의 충전을 바라는 휴가의 들뜬 기분도 자신의 불안을 잠재우지는 못한다. <귀여운 여인>은 단정한 화면으로 좌충우돌하는 한 젊은 여성의 관계들을 위트 있게 그려낸다. 선화에게 생채기를 주는 사건도 거리를 보면 선화의 인간적 매력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보인다. 체홉의 소설 『귀여운 여인』이 인용되며 호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