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코>는 송길한의 가장 중요한 대표작인 동시에 가장 그다운 작품이다. 임권택과 처음으로 짝패를 이루어 만든 이 영화는 이념대립의 후과를 다룬다. <짝코>는 토벌대와 빨치산으로 만난 두 남자의 평생에 걸친 은원(恩怨)을 묘사한다. 서울의 어느 뒷골목, 노숙을 하던 한 사내가 경찰에 의해 갱생원으로 보내진다. 그는 전직 전투경찰로 빨치산을 토벌하던 송기열. 갱생원에서 그는 30여년을 바쳐 추적해왔던 빨치산 출신의 백공산을 만난다. 일명 ‘짝코’로 불리는 백공산과 송기열의 악연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반복되어 왔다. 송길한의 대본은 좌우가 분리되어 서로를 증오하고 원한을 쌓아온 역사가 어떻게 두 남자의 운명을 꼬아 놓았는가를 서사화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시간의 드라마는 송길한-임권택 서사에 고유한 여로 형 플롯의 전범을 보여준다. 시간을 왕래하는 플로팅, 한 인물의 행위를 좇아 선조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 등 송길한의 작품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