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의 상상적 기능을 실험하는 독창적인 다큐멘터리. 이스마일 바흐리 감독은 장소를 특정하기 힘든 공간, 카메라 렌즈를 백지로 가리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수록한다. 자막으로 적히는 대화의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카메라를 통한 이미지 실험은 극장으로 이어진다. 소리와 텍스트로만 알 수 있는 말들은 차츰 시네마의 본성에 관한 심오한 사유가 된다. 특정한 사회, 정치적 풍경의 형태들을 더듬는 동안, 시네마의 창조와 집단관람에 관한 독특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