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에스>는 라울 페로네의 담대한 영화적 모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르헨티나 빈민촌의 한 영화감독이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사무라이 영화를 만들고 있다. 1장에서 사무라이는 포주의 아들을 살해하고 아버지는 복수를 다짐한다. 2장은 사무라이를 사랑하지만 악당의 연인이 될 것을 강요당하는 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3장은 전쟁에서 돌아와 아내에 대한 기억을 상실한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복수와 사랑, 망실된 기억 등 전통 사무라이 영화의 세계관을 충실히 옮겨 온 <사무라이-에스>는 라울 페로네 특유의 마술적인 이미지 세공술의 절경을 보여준다. 신 낭만주의 작곡가 사무엘 바버와 뮤지션 쳇 베이커의 음악 모티프를 배경으로 페로네는 오래된 무성영화의 노스탤지어를 극적으로 복원해낸다. 최면을 거는 것 같은 몽롱한 쇼트의 리듬, 스크린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스크래치, 상실과 비극의 정조 등 무성 흑백 사무라이 영화에 대한 페티시즘이 숨막힐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장병원)